[메가시티뉴스 정 원 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량 확보에 성공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APEC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대한민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인공지능) 수도'로 성장시키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배석했다.
접견에서는 △피지컬 AI 등 핵심분야 AI 인프라 구축 및 기술협력 △AI 기술 공동연구 △AI 인재 양성 및 스타트업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엔비디아 GPU 26만장 공급…5만장 목표 5배 이상 규모
이날 엔비디아는 26만장 이상의 GPU(그래픽카드)를 우리 정부와 기업(삼성·SK·현대자동차·네이버)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2030년까지 확보를 목표로 했던 5만장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이며 확대 조정할 계획인 최대 20만장과 비교해도 6만장이 더 많다.
전 세계적으로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GPU를 한국이 우선으로 받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가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확보한 GPU 물량을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및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다양한 산업별 AX,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GPU 활용 방법을 고심할 계획이다.
먼저 정부는 최대 5만개 GPU를 배치해 기업과 산업의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개의 GPU를 도입한다.
엔비디아 측은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의 전체 AI GPU 수량은 6만5천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가 될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GPU는 최신 'GB200 그레이스 블랙웰'로, 'RTX 6000 시리즈'도 일부 혼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모임을 계기로 엔비디아와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기업이 새로운 관계와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은 엔비디아의 생성형 AI는 물론, 반도체, AI 팩토리, 로보틱스, 신약 개발, 슈퍼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가 최근 옴니버스라고 하는 엄청난 툴(도구)을 만들었다. 제조 AI에 이 툴을 꼭 써야 한다. 제조 AI에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원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엔비디아와 지난 1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율주행과 로봇 디바이스를 공동 개발하는 방향으로 포괄적 협력을 추진 중"이라며 "모빌리티 기술력과 스마트 제조 역량을 결합해 미래 피지컬 AI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각 나라의 데이터 자료도 굉장히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며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소버린 AI가 가장 중요하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모든 나라가 소버린 AI를 가지고 다양성을 지키는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혁명'…엔비디아-삼성·SK·현대차·네이버·LG '플랫폼 동맹'
이번 협력은 단순 '하드웨어 딜'을 넘어 '플랫폼 동맹'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현대차와 엔비디아는 AI 자율주행차, AI 자율제조 등 피지컬 AI 기술개발과 특화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 및 AI 기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피지컬 AI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 공정 개선을 위한 디지털 트윈 구축에 나선다. HBM 공급 확대 등 우리 기업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 강화 방안도 이날 논의됐다.
아울러 정부와 4개 기업은 엔비디아의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거점으로 낙점한 데는 반도체·제조·통신·게임·AI 스타트업 등 탄탄한 밸류체인과 AI 인프라를 실제 산업으로 전이시킬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그룹도 로보틱스와 의료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는다.
특히 엔비디아와 LG는 로보틱스 기술을 발전시키고,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해 스타트업과 학계의 암 진단 연구 생태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NCAI, SK텔레콤, 업스테이지와 엔비디아의 네모 트론 등을 활용해 소버린 LLM을 개발한다.
하정우 AI수석 "GPU 30만장 확보…세계 3강"
대통령실은 이번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한국이 GPU 보유 기준 전 세계 3강이 됐다고 밝혔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래 있던 GPU 4만장에서 26만장이 들어오면 합해서 30만장 정도가 되고, 그 숫자면 (세계 AI) 3강"이 라고 말했다.
하 수석은 "비공개 미팅에서 황 대표가 미국에 GPU 2000만장이 있다고 얘기했고,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고, 전 세계 3등이라고 한다"면서 "물론 미국과 중국이 훨씬 앞서 있고 그다음 3등 싸움을 하는 것이긴 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GPU 확보한 것으로 AI 모델을 하나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산업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GPU 26만장을 추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씨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PU) 공급이 늘지 않고 있는데, 공공 분야에서 5만장을 최대한 빠르게 공급하는 데 (엔비디아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제공하는 것을 국가대표 AI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활용해서 원천기술이나 응용 분야에서의 (개발)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이번 접견의 의미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