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린스홀딩그룹의 프린스은행[sns캡처]
[메가시티뉴스 정 원 기자] 캄보디아 프린스홀딩그룹의 프린스은행이 17일 '초고속' 대량예금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 run' 위기에 직면했다.
2년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으로 파산한 바 있다. 이 여파로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 주가가 하루 새 60.4% 폭락하고, 미국 4대 은행 시가총액 68조원 이상 증발했다. 뱅크런으로 인한 도미노식 은행파산이 '2008 금융위기'로 이어졌던 경험도 있다.
뱅크런(Bank run, 단기간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발생하면, 은행이 충분한 현금이 준비돼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거의 대책이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이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금액도 얼마되지 않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의 경우, 뱅크런 발생에 보유중이던 채권을 긴급, 매도하면서 20억달러의 손실을 발표하자 은행의 불안정, 불확실성에 불신의 예금주들이 더욱 몰려들어, 결국 그룹 주가는 80% 이상 하락하자, 또다시 대량의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산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프린스타워빌딩에 위치한) 프린스은행 뱅크런 사태를 지난 14일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Chen Zhi를 상대로 단행한 초강력 제재의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투자 사기(돼지 도살 스캠), 강제 노동,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천 회장과 프린스그룹이 세탁한 약 150억 달러(비트코인 12만7271개, 약 21조4500억원)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또 미 재무부도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이 그룹과 관련된 개인 및 법인 146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영국 정부도 천즈 회장 소유의 영국 런던 내 부동산 자산을 동결하고, 영국 금융시스템 사용 금지시켰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지역에 위치한 '태자(太子) 단지'를 실제 운영하는 '골든 포천 리조트 월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프린스그룹과 연계된 호텔·카지노 기업 '진베이그룹', 가상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거래소'도 제재 대상이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거대 기업이지만 부동산,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법, 사기, 인신매매, 마약, 감금, 폭행 등 반인륜적 방식으로 국제적 범죄적 수익 사업을 영위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프린스은행 예금주들이 앞다퉈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다. 프린스은행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조치가 은행의 운영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고객 관계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화난 예금주들의 뱅크런 질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로 보인다.
캄보디아 금융 당국이 긴급 유동성 지원 방안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번 사태가 프린스은행을 넘어 캄보디아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프린스홀딩그룹 천즈 회장이 최대 징역 4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도 했다. 또 프린스그룹이 대한민국 서울에도 지사를 운영해온 정황이 포착돼, 국내에서도 초강력 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민을 구조·송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범죄 커넥션을 찾아내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한국에서 (프린스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인 '프린스 리얼 이스테이트 그룹')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 어떤 범죄와 연루돼있을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캄보디아 사태'와 더불어 과거 김건희가 안고 있던 '캄보디아 소년'이 소환되는 등 윤석열 정부 때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차관 지원한도액이 두차례에 걸쳐 대폭 확대된 점, 통일교 캄보디아 선교사업 관련 청탁 의혹의 실체...등이 연관돼 얽히면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