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정부 장관 출신들이 수도권 국민의힘 '험지行' 출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과 검사 출신 등 이른바 '찐윤'은 대부분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찐윤'들의 잇따른 '양지行'에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공정한 공천이 되겠느냐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장관 출신 9명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 '험지行'
尹정부 장관을 지낸 'Power Ellite[ɪˈliːte]' 가운데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모두 9명이다. 이들 중 박진, 추경호, 권영세 등 자신의 본래 지역구 출마가 유력한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선 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하는 인천 계양·을에 지난달 31일 오후 당사에 공천신청서를 냈다. 원 전 장관이 '명룡대전' '이재명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내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 결기를 세우지만, 실상은 '갈 곳이 없다','허세다'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과거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에도 '수도권 험지' 출마 압박에 떠밀려 '종로'에 나갔다가 결국 민주당에 득표율 18.41%p 차이 대패를 당한 적이 있다. 황 전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사라졌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 수원·병 출마가 유력하다. 경기도 수원·병은 고령층과 토박이 지역주민의 비율이 높아 노려볼 만한 하다지만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에서 잇달아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구·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 선거구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이다. 국민의힘 당내 경쟁에서도 승리가 불투명하다.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등 당내 경쟁력을 지닌 인사들을 따돌려야 총선 출마가 가능하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현역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다. 尹정부에서 국가보훈처장과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처음에 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과 겨루려다가,경기 성남분당 출마 소문이 파다하다가, 지난해 12월에는 "당에 (출마 지역구를) '백지위임'할 생각"이라며 일종의 '백기투항'에까지 이르게 됐는데, 이른바 '윤-한 대전' 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내건 새 컨셉 '운동권 청산'에 전격 합류함으로써 영등포·을 출마를 공식화한 셈이다.
영등포·을에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전국학생총연합 의장 출신 김민석 의원이 4선 도전을 향해 가고 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출마하는 충남 천안·을 지역은 자신의 고향이라 그나마 편안하다.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다. 이곳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총선 출마 채비 중이다. 15대에서 18대까지 부산 남구에서 4번 연속 당선된 '올드보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김 전 대표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에서 영도에 출마해 당선, 20대 총선에서는 부산 중·영도에서 당선됐다.
조 전 장관은 부산 중·영도 지역구에서 김 전 대표 외에도 박성근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이재균 전 의원,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등과도 공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 대거 TK‧PK‧강남행...
尹대통령실 출신 출마자들은 대부분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과 서울‧수도권으로 대체로 국민의힘 입장에서 '양지'이거나 최소 '험지'는 아닌 곳으로 분류된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근래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 선거구는 하태경 의원이 자리를 비운 자리로,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곳으로 그가 잘 갈아놓은 기름진 땅이다.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강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입성 후에는 부속실 선임행정관, 국정기획수석 산하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초선 박형수 의원 지역구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은 양금희 의원 지역구인 대구 북‧갑에 출마한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다. 충남 홍성‧예산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4선을 할 정도로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이다.
서울‧수도권 출마자들도 대체로 국민의힘 우세지역을 선택했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성남 분당‧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안상훈 전 시민사회수석은 서울 강남‧갑 출마가 유력하다.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동‧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이해식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지만 지난 2022년 대선에서는 강동구 전체에서 윤석열 대통령(51.70%)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44.80%)를 앞섰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선 오세훈 서울시장(60.56%)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37.85%)를 이긴 지역이다.
친윤계 인사들과 검사 출신 인사들도 대부분 영남이나 강남 출마를 예고했다.
尹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알려진 박성근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은 부산 중·영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중·남구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수사과장과 중앙수사부 1과장, 대구고검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역임할 당시 尹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있다.
의왕·과천에 출마표를 던진 최기식 전 서울고검부장은 2009년 대검 검찰연구관 재직 당시 尹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남·울릉 지역에 출마하는 최용규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충북 서원에 출마한 김진모 전 대통령실 민정2비서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는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 대전 대덕구에 출마하는 박경호 전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이 尹 대통령과의 교감을 강조하고 있다.
尹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김웅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송파‧갑에 나선다.
윤석열 호위무사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하남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는 하남시는 인구 증가로 이번 총선에서 분구가 유력시되고 있는 지역구다. 이 의원은 지역구 분구시 신설될 하남‧갑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동을 포함하는 하남‧갑은 하남‧을에 비해 보수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구로 분류된다.
'힘의 기울기'에 따라 '갈아타기'가 시작된다.
갈수록 친윤 험지행, 찐윤 양지행으로 갈라짐이 마치 '홍해'처럼 선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2월 '공천 과정'에서 당내 갈등과 분열이 지속될 조짐이다.
당도 처음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그의 이어지는 '전국 황제 투어'에 무한갈채를 보내는 쪽에 힘을 실었다. 나중에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철규 의원이 합류하면서 당이 '대통령 공천 영향권'에 휘둘릴 수 있다는 걱정근심염려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가고 있었다.
이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인기몰이'가 한층 드세지는 가운데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모두를 '경색 정국'으로 빠뜨리고 만다.
김 비대위원이 윤석열대통령 부인 김건희여사의 주가조작 논란과 명품백 수수 논란을 언급하면서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들을 비유하면서 "국민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결국 김 여사 논란에 대한 김 비대위원과 한 위원장의 태도가 '尹대통령의 대노'를 부를 것이라는 추측 소문 난무...
'윤-한 갈등'이 '윤-한 대전'으로 커져가는가 싶더니 드디어 '불탄 서천시장'앞 미팅이 이뤄진 후, 터닝포인트 '2시간37분 회동'을 계기로 총선 프레임(정권 재창출)을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기치 아래 집합하는 모양새로 전환되는 듯하다.
원희룡 전 장관의 김민석 의원에 도전과의 비슷한 방식으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개혁신당 지도부와의 '캡사이신 콜레스테롤 썰전', 여기에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도 가세했다.
윤 의원은 중구 성동‧을 지역구를 원했다가 갑작스레 성동‧갑으로 옮겼다. '을'에는 이미 하태경 의원이 있었고, '갑'에 '운동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정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대항마로 나섰다.
현재 한강벨트 8개구 모두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 선거구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도전장을, 김민석에 박민식, 정청래에 김경율, 박성준에 하태경, 이영, 이혜훈...
기존 여당 의원 여럿이 준비하던 지역에 윤희숙 의원이 도전장을 하나더 보탠 것이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한동훈 위원장이 윤대통령과의 2시간37분 회동 후 새로 내건 이슈, '운동권 청산'이라는 공통점이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 '올드보이'들의 4월 총선 출마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옛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무소속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親朴계 좌장'으로 활동했던 최 전 부총리는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해 당의 화합과 대선 승리를 이끌어 냈다"며 "2016년 당대표 선거에서는 적합도 1위 후보였지만 당내 혼란을 막기 위해 불출마 선언하여 당의 결속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이로써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한 최경환 전 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함에 따라 국민의힘 경산지역 윤두현 현역 의원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또 "제 정치 인생 모두를 걸고 광야로 나간다"는 최 전 부총리의 출마선언을 두고 "경산이 광야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편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김한길 등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등 분당 사태를 겪을 때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김종인 체제가 들어섰는데, 그는 당선이 확정적인 비례 2번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셀프공천 '비판을 받으면서 국회 입성을 한 사례도 있다.
제22대 4.10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 갈등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선거철'이 되면 멀쩡하시던 분들이 갑작스레 '미쳐버리거나 도라버린다'. 족보와 근본도, 경우도, 체면도 모두 벗어던진다. 정치권에서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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