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보는 것'은 아니다@ 정하룡 作


[더오션저널 정하룡 칼럼니스트]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피아의 관치 금융을 없애는 일"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전성인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발제를 통하여 "국민주권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체제 개편 과정에서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산업정책과 감독기능을 틀어쥐고 있는 금융위 사무처를 강하게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금융체제 개혁을 위해선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댄 말)부터 해체해야 하는데, 모두 '정면 대결'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1997년 12월3일 한국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맺은, 외부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성을 확보한 '금융감독기구'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한국의 모피아가 교묘히 이용해 '감독 권한'을 유지해왔다는 것.


이 과정에서 1998년 10여명으로 시작된 금융감독위원회 사무국 공무원은 현재 250여명의 조직으로 비대해졌고, 또 스스로를 '금융감독기관'이라 착각하고 있다는 것.

이어 "국정기획위원회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서 정책기능을 기재부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새로 만들겠다지만 현 '사무처'를 그대로 두고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사무처를 해체해 모피아부터 청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함께 발제를 맡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고동원 교수도 "국민주권 정부 국정위의 개편 방안은 2008년 이전 금융감독위원회 체제와 같은 3층 구조가 될 수 있다"면서 "금융감독기구의 최고의사 결정기관은 외장형이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내장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해관계자인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은 논의 주체에서 제외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직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최흥식도 인사말을 통해 '금융위 해체'에 힘을 실었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확실한 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 금감원장은 "금융분야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또 다른 이유는 모피아 낙하산과 그들이 만드는 생태계"라며 "낙하산이 산하기관으로 내려가 생태계를 잠식하면서 금융권 전체가 관료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금감원장도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완전한 분리"를 강조했다.

윤 전 원장과 최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때 금감원을 이끌었다. 다수의 역대 금감원장이 재무부 관료 출신인 것과 달리 윤 전 원장과 최 전 원장은 학계 출신이다.

이번 토론회 공동 주최자에는 금융경제연구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민병덕 오기형 김승원 김남근 김현정 이강일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차규근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10명의 여당과 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당초 '금융위 해체'는 '금융업의 액셀(정책 수립)과 브레이크(감독 기능)를 한 사람(금융위에 권력 집중)에게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시장의 추세에 따른 사안이다. 하지만 금융 권력을 분산하려면 조직 개편과 동시에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 은행법은 설립 요건부터 영업 행위·건전성·대주주 적격성 규제 등 국민과 기업의 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을 안전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항들과 핀테크와 신탁 등 관련 업무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지방은행을 보호하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육성도 은행법 영역이다.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려면, 조직 개편과 동시에 현 은행법에서 규제 내용 등을 일일이 체크해 '은행감독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은행감독법 제정 없이 조직만 개편할 경우, 신설 금감위 지휘부만 금융위에서 재경부로 변경되는 격이라 지휘 체계만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의 경험과 함께, 이번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등의 역대급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일시에 정리해버린 '실증 사업(?)'이 금융위 해체 주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는 평도 나돈다.

한국은행의 발걸음도 바쁘다. 금융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한은이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함께 주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중앙은행의 감독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은이 거시 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 감독 권한을 보유하지 않아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권한 강화를 촉구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등 감독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 한은 체제로는 금융시스템 불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국정기획위는 현재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신설 재정경제부(기재부)로 옮기고 감독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신설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드려는 개편안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여당 일부 의원들은 금융위의 덩치를 키우는 법안까지 내놨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에 보고된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하는 해당 개편안에 대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도 새어나온다.

하지만 얼마전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모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뼈 때리는 메시지' 하나를 명심하면 좋겠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금융이 기존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꿀 혁명적 수단이다...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 금융사, 은행과 카드, 보험사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한국은행도 예외일 수 없다"

이어 "한국을 금융 후진국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은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 규제"라며, 나아가 "삼성이나 현대차 등의 대기업에게 디지털화폐 발행권을 허용해주고 보험사도 병원 데이터를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파격(?)의 주장을 했다.

분명한 것은 워메리카 발發 '뱅크버스터'는 이미 싸워스코리아에 떨어졌다. 분명한 사실을 외면하면 2025년 '을사오적 망령'들이 되살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싸워스코리아에는 '모피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고, 이를 덮어두다간 같이 '구더기 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