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2026년 지방선거 앞두고 전국으로 확산③

홍준표·이철우, 통합 성사시 '혁신' 이미지로 차기 대권 행보 유리
민주 "대구·경북통합, 홍준표 대권놀음…정신세계 점검해봐야"
2019년 통합 추진 중 무산... 중앙 정부 권한 및 재정 분산 범위 관건

정 원 승인 2024.06.05 05:18 의견 0


[메가시티TV] 대구·경북 통합은 2019년 이 지사와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통합 관련 특별법안 초안까지 만들었다.

여기에는 명칭은 대구경북특별광역시로 하고 광역과 광역, 기초와 기초단체 간 통합으로 7개 자치구, 10개 시, 14개 군을 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방의회의 기능과 지역균형발전, 교육, 경찰, 재정, 감사 등 다양한 영역을 법안에서 다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종보고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22년 홍 시장이 취임하면서 중단됐다.

홍 시장과 이 지사가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대구·경북 통합 명칭 등을 두고도 미묘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홍 시장이 통합 명칭을 '대구직할시'로 표현하자 이 지사는 "시·도 통합 명칭, 청사 위치 등 민감한 사항은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어느 정도 통합 자치단체에 넘겨줄지도 관건이다.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어느 정도 구체적인 통합 도시 구상을 밝힌 만큼 정부가 앞으로 어느 선까지 이러한 통합 도시 발전 방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이날 4자 회동에서 행정·재정적 특례 검토, 범정부 차원 지원 등 방향은 제시됐으나 첫 만남이어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언급이 없었다.

이에 앞으로 통합 추진에 힘을 싣고 주민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도가 희망하는 권한과 재정을 얼마나, 어떻게 넘겨줄 것인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 경북 지역민의 여론은 통합에 긍정적이지만 찬성 여론이 과반에 이르지 못하는 것도 변수다.

대구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경북에 사는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2.1%) 결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찬성한 응답자는 45.5%로 반대 응답자(27.2%)보다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대구·경북 시·도민은 27.2%였다.

또, TK 통합자치단체 명칭 선호도에 대한 의견에는 '대구·경북이 들어가야 한다'는 응답자가 60.8%로 나타났다.

시·도민이 통합을 찬성하는 이유는 '지방 자치권 및 경쟁력 확보'라는 응답이 29.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소멸시대 대안이 26.9%로 뒤를 이었고 수도권 집중화 해소(20.1%), 행정의 효율성(19.5%), 잘 모름(3.9%) 순이었다.

충청·부울경도 메가시티 논의… 2026년 지방선거 앞두고 전국으로 확산?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행정통합 논의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해 김포시 서울 편입이 논의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지역에서 메가시티 담론이 불거졌다. 현재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은 행정통합의 전 단계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추진 중이다. 부산·울산·경남도 행정통합 용역에 나선 상태다. 호남권(광주·전남)도 행정 통합에 앞서 메가시티를 위한 광역경제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연구원과 경남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통합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은 당초 부산과 울산, 경남이 함께는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형태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메가시티를 추진했지만, 민선 8기 들어서 무산됐다. 다만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행정통합이 현실화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 시·도민의 열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단순히 통합 의제를 말로만 던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통합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하반기 내 통합안을 도출한 뒤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이용섭 전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 전남지사가 2020년 11월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행정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양 지자체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 논의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두 지자체가 경제통합, 행정통합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광주 시장이 바뀌고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등 갈등이 심화하면서 양 지자체의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해졌고 양 지자체가 참여하는 상생발전위원회는 2022년 8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통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논의 중인 메가시티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1990년대부터 3번이나 통합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경기도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서울 주변 위성도시들의 편입 주장도 행정구역 개편 때마다 나왔으나 성공한 사례가 없다.

가장 최근에는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를 위해 발의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은 국회 소관위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조만간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홍준표·이철우, 통합 성사시 '혁신' 이미지로 차기 대권 행보 유리

민주 "대구·경북통합, 홍준표 대권놀음…정신세계 점검해봐야"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대구경북 통합 추진으로 홍 시장과 이 도지사가 정치적 이득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박정희 동상 설치를 주도하며 TK 민심을 얻었고, 대구경북 통합 이슈를 선점하면서 혁신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는 평가다.

이철우 도지사도 '국무총리설' 이후 '대권도전'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번 통합에서 성과를 낸다면 TK에서 존재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구·경북통합 시도가 홍준표 시장의 대권 행보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달 23일 "어떤 공론화도 없고 군사작전식의 행정통합에는 반대한다"며 "홍 시장의 대권놀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에서 "왜 통합해야 하는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왜 해야 하는지 설명도 없다"며 "홍 시장의 행정은 늘 이런 식이다. 설명이 없다. 이것도 이슈가 끝나면 아무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국 행정체계 개편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법 개정 사항을 마치 다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특유의 허장성세"라며 "경북의 황폐화에 대해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통합하면 아마도 경북 북부권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대구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과거 1960~1970년대 서울과 경기도 상황을 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전에는 줄기차게 지방분권을 외치더니 이제는 81년의 직할시 체제를 재도입해 중앙정부에 종속시키겠다는 주장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라며 "이쯤되면 이분의 정신세계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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