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간인 피해 우려 라파 지상전 반대.. 대학생들도 反 이스라엘 시위 확산
미국, 6주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안 지지..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돌입
[메가시티뉴스 김승훈 이스라엘 리포터] 민간인이 100만명 넘게 모여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최남단 라파 지역에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휴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 협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약 1시간 동안 통화하며 휴전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달 말과 내달 초 이스라엘을 방문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이 시기에 휴전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美, 민간인 피해 우려 라파 지상전 반대.. 대학생들도 反 이스라엘 시위 확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8일 이스라엘이 며칠 내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특별 회의에서 "미국이 라파를 공격하지 말라고 이스라엘에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의 범죄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 내로 이스라엘은 라파를 공격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이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에 작은 타격으로도 주민들은 가자지구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군은 현재 북부와 중부를 평정하고 라파 지역을 포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라파 지역에도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8일 가자지구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
문제는 라파에는 오갈 곳이 없는 10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몰려 있어 이스라엘이 대규모 작전을 벌이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라파 침공을 레드라인이라고 말하는 등 지상 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미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대대적인 이스라엘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바이든에게는 부담이다. 시위는 지난 18일 미 뉴욕주 뉴욕시 컬럼비아대학에서 약 100명의 학생이 체포된 이후 미 전역으로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28일에도 주요 대학에서 275명의 시위대가 체포되었으며 지난 18일 이후 체포된 학생만 약 900명 수준이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학교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기업,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이스라엘 자체와도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6주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안 지지..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돌입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네타냐후 총리와 약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로 라파 지상군 투입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전달하고 휴전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와 로이터통신 및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 협의를 통해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남부 국경도시 라파에 대한 침공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에서의 즉각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해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같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방송에서 "이스라엘은 우리(미국)의 관점과 우려를 공유할 때까지 라파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확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26일 중재를 맡은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 측에 "마지막 기회"라며 휴전 협상안을 건넸다.
이집트와 카타르,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중재해 왔다.
해당 휴전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6주 동안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40명의 인질(주로 여성, 노인,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받는 대가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석방하게 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4일 이스라엘과 이집트 안보 수뇌부가 카이로에서 비밀 회동을 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도 같은 날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 당국자들이 대면 및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압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NI) 국장이 이끄는 협상 대표단은 지난 26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과 차치 하네비 국가안보보좌관,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 등을 만나 협상 진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도 29일 협상 대표단을 이집트 카이로에 보내기로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관리가 전했다.
변수는 이스라엘 연정에 참여한 극우세력의 반대이다. 이들은 라파 공격이 이뤄지지 않고 대신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릴 것이라며 전쟁 지속을 압박하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집트 휴전 합의는 굴욕적인 항복이며 수백명의 영웅적인 군인들 등 뒤에서 나치의 승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휴전 합의는 인질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며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만약 네타냐후가 항복하고 라파 공격 명령을 거둔다면 그가 이끄는 정부는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링컨, 이달 말 이스라엘 행.. 휴전 협상 전망
휴전 협상은 이달 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시기에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29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특별회의와 걸프협력회의(GCC) 각료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요르단과 이스라엘로 이동해 5월 1일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순방에서 "블링컨 장관은 최근 가자지구에 제공되고 있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도록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를 향한 방향과 중동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휴전 협상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공습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전날 라파의 주택 세 채를 공습해 1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의료진을 인용해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번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15명이라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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