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칼럼]대한민국 국방부, '개병대냐, 해병대냐..'

골리앗이 '엮으면 엮이고, 묶으면 묶이는 세상'이 됐다

칼럼니스트 정하룡 승인 2023.09.03 07:15 | 최종 수정 2023.09.07 10:33 의견 0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사진=연합뉴스



"... 합동참모본부 2일 새벽 4시경...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 발사...포착... 세부 제원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추가 징후와 활동 주시...."

칼럼을 적고 있는 이 순간(2일 새벽4시), '순항미사일' '한미 정보당국' '정밀 분석'... 속보들이 필자의 노트북 모니터를 뚫고 지나갔다.

내심 '걱정마라~성주에 사드가 있으니...'하면서도 한편 불안해진다. 그렇다. 사드THAAD 레이더 감시망에는 백두산 뒤편 어딘가에 굴러다니는 '축구공' 하나까지 포착된다 하지 않는가. 그러니 안심하라...

하지만 진정 두려운 것은 '채수근 상병 죽음'처럼 분명하고 똑똑한 사실을 앞에 두고도, 우리를 무감, 무기력하게 만드는 장치들이다. '중독' '마비' 혹은 '훈련 장치(?)'나 우리의 눈을 가리는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은근한 카르텔' 말이다.

"제게 포커스를 맞추지 말아달라. 이 사건의 본질은 채 상병의 죽음에 있다.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강제구인되기 전 했던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은 단순하다. '해병대 제1사단 예하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수근 '일병'(수훈 전)이 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한 채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는 것.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몫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이 사건발생 36일 만에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됐다(지난 2022년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군내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 혐의는 민간 사법기관에 수사권이 있고, 군은 지체 없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도록 되어 있다)

당초에 해병대 수사단장(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 지난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서 대면 결재를 받았다. '사건'은 '사고'와 함께 예고없이 달려드는 것일까? 이튿날 31일, 갑자기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했고, 국방부에선 해병대 수사단이 8월2일 관할 경북경찰청에 넘겼던 사고 조사기록 등을 회수해 9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재검토 결과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했던 8명 중 현장 지휘관(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직접적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를 경찰에 이첩하고, 앞서 채 상병 사고 기록을 경찰에 인계했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 후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다.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는 다윗은 언제나 힘들다. 조직은 크고 힘은 세다. 골리앗이 '엮으면 엮이고, 묶으면 묶이는 세상'이 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이 전하는 "집단 린치에 가까운 조치로 상대를 옥죄며, '진실'이라는 창과 방패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악의 평범성'의 전형이다.

대한민국 해병대 소속 채수근 상병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국방부를 상대로 힘겨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축소하라는 취지의 외압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긴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지난 8월 30일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9월1일 용산 군사 법원에 출석, 이날 오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는 판단으로 사전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또 거대 카르텔 골리앗과 해병대 장교 다윗 사이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존재한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김 사령관과 함께 국방부의 외압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박 대령의 증언하는 당시 상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도 김 사령관이 언급했다고 박 대령은 주장한다.

그러나 김계환 중장은 이를 부인하며 국방부 편에 선 형국이다.

해병 박정훈 대 국방부, 둘 중 한 쪽은 분명 '거짓'이다. 두 쪽에서 주장하는 '핵심적인 사실 관계'가 극명하게 갈라지기 때문이다. 또 박 대령이 진술한 사흘 간의 스토리 짜임새가 너무나 정확무오하다.

또 상식을 가진 평범인으로써 질문을 해봐도 알 수 있다. "박 대령에게 남는 게 뭐냐?""이렇게까지 목숨걸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유...?""대통령실까지 연루된 '거대 카르텔'에 저항해서 어떤 이득을 보려고?"

박 대령은 지난 8월 11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항명' 혐의를 부인하며 육군사관학교의 자기 아들 얘기도 꺼냈다. 본인의 결백에 아들의 명예까지 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해병 박정훈 대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국방부는 정치권력에 오염된 '검찰군'이라는 오명과 함께 졸렬한 '개병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동시에 대한민국 자랑스런 해병, '귀신잡는 해병'으로 귀환할 지도... 기대되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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