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경제 특집]잼보리·카눈 이어 금융권 '모럴해저드號' 한반도 상륙...

모럴해저드 쓰나미, MG새마을금고~BNK경남은행~KB국민은행~DGB대구은행...

정 원 승인 2023.08.15 09:00 | 최종 수정 2023.08.19 11:19 의견 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제6호 태풍 '카눈KHANUN' 10일 오전 9시 현재, 경남 거제시·통영시 해안가를 훑으며 북상 중이다. 그 전날, 새만금에 머물던 '잼보리JAMBOREE'가 앞서 북상했다. 카눈 다음은 금융권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그 뒤를 잇지 싶다.

신뢰를 핵심가치로 삼는 금융권에서 거액의 횡령 사건을 비롯, 업무상 배임·유용·서류 조작·차별적 가산금리 등 끊임없이 '신뢰자산'을 흔드는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MG새마을금고 '뱅크런' 이후...

'뱅크런 위기'를 겪은 새마을금고가 최근 고금리 수신 상품을 쏟아내는 등으로 유동성이 안정되는가 싶더니, '경영진 리스크'가 불거져 또다시 제2의 뱅크런으로 번질까 위기감에 휩싸였다.

9일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새마을금고의 경영관리를 돕는 '비상경영위원회'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주에 위원장 등 구성원의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새마을금고의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과는 별개로 새마을금고중앙회 경영을 직접 지원하고 관리하려는 조직이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지난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파견된 범정부 지원단 및 관계부처와의 공동회의에서 처음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후 행안부가 조직의 세부 구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펀드 출자 과정에서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범죄 사실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영장 기각 후 동부지검이 입장문을 통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 만큼 추후 재판 절차에 따라 구속될 여지가 남아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동시에 금용당국이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새마을금고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비상 경영 조직'을 선제적으로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자체적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안부에서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봄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이 교체되는, 마치 '데자뷰 현상'을 만난 듯하다.

모럴해저드보다 '시스템의 오작동'이 더 큰 문제...?

새마을금고는 이달 31일까지 올해 상반기 '정기공시'를 해야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각 금고의 경영실태를 평가해서 종합등급을 매기는데, 소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 중 하나가 '종합등급'이다.

통상 소비자들이 1·2등급 금고를 '우량 금고'로 분류하고 있는데, 실상은 부실 대출로 발생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자본비율',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한 '고정이하여신의 비율' 등 총 11개 항목 중에서 7~8개 항목이 3~5등급을 받더라도 '종합 2등급'이라는 성적표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현 시스템으로는 상대적으로 부실 대출이 많고 자본비율이 낮은 경우에도 1·2등급을 받는 사례가 등장해, 새마을금고의 경영실태 평가체제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종합등급을 매기는 방식은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뉘며, 각 부문은 2∼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항목별 등급의 평균이 부문 등급이, 부문별 등급의 평균이 다시 종합등급이 된다. 특정 부문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도 다른 데서 만회하면 종합 1·2등급이 가능한 구조다.

또 올해 새마을금고는 연체율 급등세로 '뱅크런'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연체된 대출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때 해당 대출이 연체율 집계에 아예 잡히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일부 금고가 이런 방식으로 연체율을 떨어뜨려 '좋은' 종합등급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NK경남은행 562억 삼킨 직원도 잠적했다.

BNK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등 562억원을 횡령한 이모(50)씨가 행방불명인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씨의 추가 횡령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 6일 금융당국, 경남은행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0일 무단결근 이후 현재까지 연락을 끊고 도주 중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일 이씨의 자택·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이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소재를 파악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씨의 신병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 검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씨가 돈을 빼돌리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직무에서 배제돼 경남은행의 자체 조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잠적한 지난달 20일까지 이씨가 횡령한 자금 등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말 이씨와 그의 가족 등이 보유한 예금,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경남은행은 채권 보전 조치한 금액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중은행 횡령액 870억 8100만원 가운데 회수된 돈은 61억 3100만원에 그쳤다. 회수율은 7.04%로 매우 낮았다.

특히 이번 사건과 닮은꼴인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사건의 회수율은 1.12%로 더 낮았다. 회수금은 8억 2000만원에 불과했다. 우리은행 횡령 피의자가 자수했던 것과 달리 이씨가 잠적한 것도 회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일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객의 자금 운용은 은행업의 기본이자 핵심"이라며 "본질적인 일탈인 대형 자금 횡령의 문제가 발생한 경남은행의 경우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의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국민은행, 증권범죄로 127억 '부당이득'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증권업무 대행은행 직원들이 연루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적발하고, 증권선물위원회 김소영 위원장의 긴급조치(패스트트랙)를 거쳐 검찰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해당 은행의 증권대행업무 부서 소속 직원 상당수는 상장법인의 무상증자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본인이 직접 주식 거래를 했다. 이어 해당 정보를 타 부서 직원 및 가족, 지인 등에 전달해 매매에 이용하게 하는 등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2023년 4월 기간 중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했다. 이들의 총 매매 이득은 127억원에 달했다

DGB대구은행 제 맘대로 '불법 계좌 대량 개설'

DGB대구은행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고객 정보를 위조해 1000여 건이 넘는 계좌를 '몰래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 계좌 불법 개설 의혹에 전격 조사에 착수하면서 금융계가 또 한번 긴장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은 고객 계좌 불법 개설에 관여한 대구은행 직원들이 '어쩌다 몇몇이' 아니라 '복수 지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정황이다. 대구은행이 자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금감원도 검사에 착수한 이상 관여된 직원과 개설된 고객 계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 개설이 '조직적 차원'으로 드러난다면 대구은행에 대한 신뢰 수준은 심각단계로 추락한다.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지도 모른다.

또 대구은행의 '늑장 대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해당 건과 관련한 민원 접수 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 감사만 진행했다. 영업점에 지난달 17일 공문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금감원이 최근 검사를 착수하기 전까지 해당 사안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직원이 본인 실적 때문에 고객 계좌를 동의 없이 추가로 개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건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천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 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사업계획의 타당성, 지배구조 이슈 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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