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에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이때쯤 발생한 BNK금융그룹의 BNK부산은행 모 지점 외환계 직원 횡령 사건, 타 우리은행 700억원 대 횡령 사건, 경남은행 2009년 발생한 4000억원 대 금융사고... "
작은 금융사고가 반복 지속 발생, 대형화됨에 따라 BNK경남은행 내부 인사, 금융시스템에 대한 지적 뿐아니라 'K-금융' 신뢰자산 및 모럴해저드까지 번져가는 듯하다.
1년 전이나, 14년 전이나 '변함없는 것들...'
이번 BNK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모씨(50)의 '562억 횡령'은 수년 간 지속됐지만, 은행 내부시스템에서는 그 범법행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가족이 연루됐다, 같은 부서 장기 근속자, 횡령 규모의 대형화 등에서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 대 횡령, 14년 전 당 경남은행 4000억원 대 금융사고와 닮았다.
현재 7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44)는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면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은행돈 약 614억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전씨는 10년 이상 기업개선부에서 장기 근무한 경력자였다.
14년 전, 경남은행에서 벌어졌던 금융범죄도 마찬가지다. 당시 구조화금융부 소속 직원(부장·과장)들은 고객의 신탁자금을 개인적으로 비상장기업 지분인수 등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행장 명의의 지급보증서 등을 위조, 제2금융권·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돌려막기 하다 적발됐다. 당시 사고금액은 4136억원으로 역대 최대 금융사고였다. 그때도 신탁업무를 담당한 소수 직원은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전권이 한 곳에 집중됐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이모씨는 2007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0년 입행한 베테랑 은행원인 이씨 역시 2007년 투자금융부에 배속됐고, 올 초 투자금융기획부로 이동했다. 내부적으론 부동산 PF분야의 전문가로 통했고, 성과 측면에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 역시 15년간 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횡령 규모를 키웠고, 그 과정에서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을 썼다.
BNK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은행(IB) 분야, 특히 PF 분야에선 마땅한 대체자를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한 부서에 15년이나 연속으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소발에 쥐잡기 시스템'은 언제까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이모씨 횡령이 드러난 게 운이 좋았다고 할 정도다. 범행이 알려진 것은 지난 4월 이모씨가 이번 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지난 4월 검찰로부터 이모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 BNK경남은행이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에서 지시한 자체감사를 통해 77억9000만원 상당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을 인지해 지난 7월 20일 보고했다.
이에 금감원이 7월 21일 긴급 현장점검을 통해 이모씨의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을 추가 확인했다. 금감원은 이씨가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돈이 빠져나갔지만 BNK경남은행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검찰의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서야 '발견한(?) 액수'는 기껏 77억9000만원이었다. 자산 100조원 달성이 목표라던 지역 대표 금융지주 은행의 내부 시스템이 이토록 엉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금감원은 지난해 시중은행의 잇단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순환근무, 명령휴가제, 단말기 접근통제 등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자체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과연 '금융시스템 부실' 때문일까?
이후 BNK경남은행은 이모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고소하는 한편,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경남은행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실시해 전 직원에 대한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했다"며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객관적인 조사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전면적인 시스템 정비 등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매번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은행당국의 약속은 사실상 구두선에 그친다. 특히 금융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사악해지는 점'을 우려해야 된다.
이번 BNK경남은행 사건의 경우, 2016년8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이미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수시상환된 대출원리금을 <가족> 등 제3자계좌 이체하는 방식으로 78억원을 횡령했다. 2021년 7월과 지난해 7월에는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PF대출자금을 가족이 있는 법인계좌로 총 326억원을 빼돌렸다. 지난해 5월에는 PF대출 상황자금 158억원을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했다.
'도덕불감증' 정도가 아니다.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 공금을 개인돈으로 알고, 권한과 지위에 상응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자기 책임 회피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이 '모럴해저드moral hazard'의 심각성에 둔감한 듯하다.
BNK금융그룹은 명심해야 한다. 그룹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두고 노동조합원들이 머리띠를 매고 외치던 때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뼈저린 각오와 반성을 하지 않는 한 금융범죄의 재발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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